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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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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
제목 슬프다...
작성자 와우리아줌 (ip:218.150.165.23)
  • 작성일 2009-02-27 22:02:28
  • 추천 추천 하기
  • 조회수 196
  • 평점 0점
 

오늘 오후 둘째아이 학교에 갔다.

둘째는 올해 고3 수험생이 되었다.

학부모회의라나...

평소 학교에 잘 안가는데 고3이 되었으니 가야겠단 생각에 가보았다.

작은 회의실을 가득 메운 엄마들...

 

소개받은 교장선생님이 나와 한말씀 하신다.

올해부터 아이들의 수업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협조를 구한다.

대학을 보내기 위해 학교에서 어떠한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하신다.

 

다음으로 교감선생님 한말씀...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떻게 해서 많은 학생들이 대학을 갈 수 있었다고

자랑아닌 자랑을 하신다.

 

이쯤에서 와우리아줌은 손을 번쩍 들고 질문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선생님들이 생각하는 학교의 기능은 무엇이냐고...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렇게 1부의 순서가 끝나고 각반으로 가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은 친절하게 조목조목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주어야하는지 알려주신다.

아줌은 잠시 멍한 기분이 들었다.

학교에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듣는 이야기는 온통 대학보내기다.

이건 비단 둘째아이 학교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입시철이 되면 유명학원과 대학교에서 입시설명회를 연다.

커다란 강당을 가득 메운 학부모들...

입시설명회에 아이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부모들이 대학을 가는 것인가?

아이들의 의사결정은 부모의 손에 달려있는 것인가?

 

시골로 내려온 초반 제대로 정착을 못한채 몇년을 지내다보니 지갑이 넘넘 가벼워졌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산골소녀가 되었다.

남들은 몇개씩 보낸다는 학원을 한개도 못보냈고,

고액과외 운운하지만 엄두도 못내었다.

 

큰아이가 올해 대학 3학년...

대입원서 쓸때 엄마란 사람이 가나다 학군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면...

엄마, 아빠가 전혀 신경도 못써주고 이리저리 돌아다닐때

학교 기숙사와 하숙집에서 잠을 쫓아가며 자기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공부해준 것이

그저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대학입학식때 큰아이에게 전혀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고 그리고 고맙다고 했을때

큰애는 자기는 괜찮다며 둘째에게나 잘해주라고 말하는데 정말 눈물이 날만큼 대견했다.

 

올해 또 고3 수험생의 엄마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신경을 못써주고 있다.

 

공부는 왜 할까?

왜 해야하는가?

대학을 가기 위해...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온 나라가 광분하고 있다.

엄청난 사교육비가 부모를 힘들게 하고 있고, 부모를 슬프게 만든다.

또한 우리나라 출산율을 저하시키는데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그럼... 왜 이처럼 사교육비가 늘어나고 있는가.

 

와우리아줌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잘못된 교육정책은 각과정의 단계별 수준을

너무 높여 놓았다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은 초등학교로, 초등학교의 수준은 중학교로,

중학생이 배우고 있는 것들은 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내용은 대학에서 배우도록 한다면...

많은 부모들이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모르겠다며 내미는 문제를 시원시원하게 풀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되는지...

중학교 다니는 아이의 어깨너머로 본 수학문제를 부모들은 몇문제나 풀 수 있는지...

아른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 초등학생이 풀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가 중학교때 풀었던

문제들이다.

이렇게 학년별 수준을 높여놓아서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는 무엇일까?

학생들의 변별력을 높이겠다며 계속 어려워지는 수준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되어가는가?

아이들이 매일매일 들어야하는 소리는 여기저기 공부하라는 말밖에 없다.

 

학원에서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수업들...

그러면서 공교육을 강화하라고 한다.

학교 수업은 학생들이 학원을 다닌다는 전제하에 진행되는데...

그럼 학원을 안다니는 아이들은...

본인의 엄청난 노력이 없는한 어느순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학교수업에 흥미를 잃어버리고 만다.

학교수업에 흥미를 잃고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학교는 대학을 가기위한 도구가 아니어야 함에도 온통 대학에 몇명 보냈는지만을 이야기한다.

 

90년대 세계화 열풍이 불었다.

대우의 김우중 회장은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란 책으로 스타가 되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이젠 세계화다"란 말한마디에 영어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전부터 영어의 몰입식 교육을 들먹였다.

우리는 영어공부를 왜 해야하는가? 아니 왜 하고 있는가?

배움에는 목적이 있어야한다. 영어를 왜 배우고 있는가?

왜 거의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온 나라를 영어로 물들이고 있는가?

엄청나게 많은 사교육비와 공교육비를 쏟아부으면서 배운 영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살면서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 길안내 해줄 기회가 몇번이나 있을까? 특히 시골에서는

입사시험 볼때 영어로 면접보고 입사해서 업무를 보며 영어를 쓸 기회가 몇번이나 있을까?

해외출장의 기회는 몇번이나 주어질까?

영어로 된 전공서적을 탐독해가며 공부해야만할 학과가 몇개나 있을까?

친구끼리 만나 우리나라 말이 아닌 영어로 이야기하는 기회는 있는걸까?

-요즘 아이들은 그럴지도...

해외 배낭여행에는 꼭 필요하겠군...

영어를 사용해야만 할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꼭 필요하겠지...

아줌의 짧은 상식으로는 어떠한 경우에 영어가 필요한지 잘 생각이 안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의 귀족사회가 만들어낸 유물이라고...

귀족의 구성원들이 우리나라에서 평민들과 차별화시키기위한 전략이었다고

그런데 이제는 귀족놀이의 영역이었던 영어가 너나할 것 없이 하니

귀족들은 또 어떤 문화를 만들어내려나...

 

영어에 쏟아붓는 재원의 일부를 영어가 아닌 중국어에 투자한다면...

아줌은 요즘 이런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흥망성쇄란 것이 있다.

지는해가 있으면 뜨는 해가 있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미국이 지는해라면 중국이 뜨는해라고 생각한다.

뜨는해를 위해 준비할 것인가, 지는해를 위해 준비할 것인가...

영어를 배우라고 그렇게 미친듯 몰아칠 것이 아니라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문화를 이해하고, 중국사람의 속성을 파헤치라고...

앞으로의 전망이 더 밝지않을까...

 

간혹 TV에서 보여지는 선진국의 교육현장을 보노라면 저절로 부러움의 한숨이 나온다.

저나라의 아이들은 좋겠다.

우리나라 아이들도 저런 교육환경에서 자라야하는데...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교육정책에 손을대면 댈수록 순교육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듯하다.

어느때는 그냥 가만히 냅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이 맞는말은 맞는말인가?

그런말이 있기라도 했던가...

지금의 이런 교육 시스템으로 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요즘 학교에서 인성교육 시키는 교사를 무능하다라고 한단다.

이말을 듣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어릴때부터 무한경쟁시대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

이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자라고 있을까?

이 아이들이 부모가 된 후에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학교에 다녀와 우울해진 와우리아줌이 한없는 넋두리를 해본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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